[Talent Engine] [슬램덩크] 북산은 어떻게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었을까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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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40 X세대의 추억을 소환하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도 옛추억을 소환하여 재미있게 다시 슬램덩크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10대 때는 느끼지 못했던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었을까?' 

'단순히 독자들로 하여금 약자들의 반란을 통해 희열을 느끼게 하려는 언더독 현상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북산고와 산왕공고에는 큰 전력 차이가 있다. 모든 포지션을 1:1로 비교해도 북산고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나마 정우성과 서태웅의 에이스 대결 구도에서 비슷한 레벨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정도가 가능성이랄까? 경기의 마지막까지 다른 포지션에서 산왕공고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 높은 역량을 가지 팀원들이 그렇지 않은 팀에게 패배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조직에서 HR을 경험하고, 다양한 조직을 컨설팅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면서 비슷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났다. 팀의 시너지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도 반드시 팀이 더 강력한 역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메러디스 벨빈은 이런 현상을 연구하며 지속적인 성과가 나는 팀에 필요한 몇가지 역할들을 정의했다. 태니지먼트는 이런 팀워크에 필요한 강점 역할을 진단하고 활용하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점 역할에 기초해서 북산고의 강점을 유추해 보았다. 사실 이들 강점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사를 시킬 수도 없고 그저 만화를 다시 보며 유추한 것이니 감안하여 자신과 자신이 속한 팀에서 적용할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강백호의 강점 : 추진, 외교]

강백호는 무대뽀 기질이 있다. 일단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시도하고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굴복하지 않는다. 농구를 한 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시도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피드백하면서 놀라운 급성장을 이룬다. 중학교 3년 동안 50번의 고백을 하고 차이는 기록도 보이는데 어쩌면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주저함 없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빠르게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아쉽겠지만)

강백호는 외교의 특별한 강점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대시한 것은 외교적인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쉽게 부탁하고 다른 사람을 연결시키는 구심점의 역할을 잘한다. 송태섭이 처음 농구부에 복귀했을 때, 사건의 중심에서 농구팀에 송태섭이 다시 스며들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역할을 한다. 처음에 갈등이 있는 것 같았지만, 함께 의기투합하여 농구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둘 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의기투합한 것이기는 하다^^)

처음 농구화를 사러 갔을 때도 외교적 강점이 잘 나타난다. 매우 고가의 마이클조던 에어맥스를 능글맞게 300원에 구매한다.

‘에이~ 사장님이 신던 중고잖아요’라고 말하며 300원에 구매한다. 당황스럽지만 그렇게 농구화를 얻어냈다. 충격적인 것은 농구화가 다 닳았을 때도 사이즈가 안 맞는다며 바꿔달라고 아무렇지 않게 요구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사교성을 발휘하며 자신이 원하는 자원을 획득하고 협상하는 것은 외교 강점의 특별한 탁월성이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8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8권


[송태섭의 강점 : 동기부여, 외교]

송태섭도 외교 강점이 엿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쉽게 다가가고 팀에서 두루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조율한다. 북산고에 문제아로 들어온 강백호와 의기투합하고, 무뚝뚝한 서태웅에게도 쉽게 다가가서 말을 건넨다. 북산고에서 팀원들과 가장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장면에서 감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송태섭이다. 


사실 송태섭의 가장 빛난 강점은 따로 있다. 바로 동기부여다. 송태섭은 다른 사람을 격려하거나 칭찬을 하는 역할을 잘한다. 산왕공고 경기에서 정대만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인텐셔널 파울을 얻어 냈을 때 가장 먼저 환호했다. 그리고 강백호와 서태웅의 콤비 플레이를 보고 가장 먼저 다가와 안아준 것도 송태섭이었다. 

무엇보다 송태섭은 팀원들 개개인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눈이 있다. 송태섭이 포인트 가드로서 경기를 잘 조율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강백호가 처음 슛을 배웠을 때, 페이크 모션이라는 기술을 바로 전수해 준 것도 송태섭이었다. 다른 사람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팀원들이 동기부여 하면서 팀의 사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송태섭의 강점이다. 그래서 산왕공고 경기 이후 차기 주장이 되었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4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8권


[서태웅의 강점 : 추진, 평가]

사실 서태웅의 강점은 만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서태웅의 행동이나 감정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태웅 역시 강백호와 같은 추진의 강점이 엿보인다. 뭐든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 돌진해서 승부한다. 경기에서 지기 싫어하며 승부욕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강점에서 기반한다. 그래서 무언가 깊이 고민하는 것보다 빠르게 행동하고 실천으로 옮긴다. 머리보다 몸이 반응해서 움직인다. 슬램덩크 중간 중간 갈등 상황이 그려질 때마다 가장 먼저 행동에 옮겨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역할도 많이 했다. 정대만이 처음 농구부에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공을 던져 싸움의 시작점을 만든 것도 엉뚱하게도 서태웅이었다. 


서태웅에게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강점은 평가다. 서태웅은 항상 냉정한 반응을 보인다. 감정에 흔들리는 것보다 팩트를 가지고 소통한다. 객관적인 근거와 명확한 이유가 중요하다. 무뚝뚝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이 강점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이 농구를 잘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가장 효율적인 행동만 고려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반전은 버리고 후반전에 120% 에너지를 써서 승부를 보는 것도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5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8권


[정대만의 강점 : 완성, 동기부여]

정대만의 가장 특별해 보이는 강점은 완성이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듯이 하기로 한 것은 집요하게 해낸다. 체력이 떨어져 진짜 포기하고 싶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현재에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워 결과의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정대만의 강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점은 팀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다른 사람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독려한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2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2권


[채치수의 강점 : 조정, 완성]

채치수의 강점은 조정과 완성에 있다. 보여지는 모습과 다르게 그는 주장으로서 매우 꼼꼼하고 세심하게 훈련을 관리한다. 슬램덩크에서 채치수 주장이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플레이를 지향한다. 골밑 슛 한 번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을 지향한다. 필요에 따라 화려한 덩크슛을 하기도 하지만, 정작 경기에 임할 때는 농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리바운드를 지배하는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명언을 강백호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농구부를 만들기 위해서 꾸준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주장으로서 관리해왔다. 훈련할 때 팀원들 각자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모습을 보면 조정의 강점이 얼마나 잘 개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3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3권


[권준호의 강점 : 동기부여, 탐구]

일명 안경선배라고 불리우는 권준호의 강점은 동기부여와 탐구이다. 권준호의 동기부여 강점이 가장 많이 엿보이는 장면은 강백호와의 대화이다. 특별히 채치수와 함께 대화할 때 동기부여의 강점이 많이 보인다. 강백호가 처음으로 중거리 슛을 성공했을 때, 채치수 주장은 슛은 결국 반복 연습이 중요하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이 때 권준호는 강백호의 성장을 칭찬하며 격려하고 사기를 올려준다. 


그리고 권준호는 생각이 많다. 슬램덩크에서 권준호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질 때는 현재보다 회상씬이 많은 것도 탐구 강점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생각이 많고 하나의 행동을 할 때도 이유가 분명한 것이 권준호의 행동 특징이자 강점이다. 이러한 고민으로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문제의 상황을 해결하고 풀어가는 것으로 북산고가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이지 않는 안경 선배의 기여이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3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3권


[산왕공고의 강점 : 완성, 평가]

사실 산왕공고의 강점이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솔직히 신현철 빼고 얼굴도 다 비슷하다. 느낌도 비슷하고 대화를 나누는 톤도 비슷하다. 다만 경기를 하기 전에 자신의 전력이 훨씬 더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방심하지 않고 경기를 분석한다. 절대 지지 않는 완벽한 결과를 컨트롤하고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최고의 퀄리티의 플레이를 추구한다. 그리고 연습하거나 경기를 이끌어 갈 때,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객관적인 행동을 지향한다. 특히 이명헌, 신현철, 최동호, 김낙수는 진짜 비슷하다. 신현철의 외모만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말하는 대사도 비슷하고 행동도 비슷하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19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19권


사실 정확하게 이들의 강점을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가지고 팀의 시너지 상태를 태니지먼트휠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팀다이어그램

[북산고 팀다이어그램]

북산고 팀다이어그램



[산왕공고 팀다이어그램]

산왕공고 팀다이어그램



팀다이어그램으로 보니 확실히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듯하다. 


산왕공고는 역량 자체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강점이 지나치게 완성과 조정에 치중되어 있다. 외부에서 자원을 획득해오는 외교의 강점과 서로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사기를 끌어주는 동기부여의 강점은 많이 비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는 서로의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 결정적 순간을 시너지로 뭉쳐 있는 북산고가 위협한 것이다.


이것이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북산고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팀이다. 각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며 경기 중에도 성장한다. 개인의 플레이에 조금 부족함이나 실수가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한 걸음 다시 나아간다. 또한 누군가는 거기에 머물지 않도록 냉철한 진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일깨워준다. 또 누군가는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기초를 다지고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이 역할들을 강백호, 송태섭,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준호선배 등이 각자 자신의 특별한 강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북산고가 성장한 이유이고 기대가 되는 이유다. 아마 산왕공고와의 경기가 지면서 끝이 났어도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이 팀을 기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산고의 감독인 안감독은 이들에게 채치수와 권준호의 기초 위에, 강백호의 리바운드와 끈기, 송태섭의 스피드와 감성, 정대만의 지성과 3점슛, 서태웅의 폭발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가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4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4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4권

출처 : 슬램덩크 완전판  24권


이러한 일들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신생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서비스를 이길 때가 있다. 인원수도 압도적인 차이가 있고, 뛰어난 스펙을 가지고 구성원이 있을텐데도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스타트업 조직문화의 특징은 개개인의 강점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런 기대 가운데 서로 신뢰하는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각자의 강점이 모여서 1+1=10라는 시너지를 만든다. 


성장하는 조직들은 강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개발하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팀의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자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도전할지 합의하는 팀빌딩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것이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탁월성을 나타내는 로직이다. 단순히 인원이 적어서 팀워크가 형성되거나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숙제는 이제 스타트업만 가지고 있는 도전이어서는 안된다. 모든 조직이 구성원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의 강점을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최고의 팀에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몰입도를 보이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보다 최고의 퍼포먼스, 최고의 몰입된 팀을 만드는 방법은 없다.


* 참고 링크

태니지먼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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